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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문학적 서사: 선형 vs 비선형, 이야기 구조의 혼합

by sunnydream1 2025. 4. 17.

시간의 흐름과 문학적 서사와 관련된 사진

 

시간의 흐름은 문학에서 서사 구조의 기초가 된다.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풀어갈 것인지는 작가가 작품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이를 수용한다. 서사의 순서 중 선형 구조는 익숙하고 명료한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반면, 비선형 구조는 기억, 감정, 혼란의 흐름을 더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가지 시간 구조의 특징을 알아보고, 문학 작품에서의 이 두 가지가 나타난 구체적 경우를 살펴보고, 이야기 구조의 핵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선형적 서사의 힘: 전통적 이야기 구조의 안정감

문학에서 가장 익숙한 구조는 단연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짜는 ‘선형적 서사’다.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전개되는 경우 독자는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고 서사에 안정감을 준다.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이어지는 구조는 고대 서사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이런 선형 구조를 쉽게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서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사의 중심 사건이 일어날 때 선행사건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후행사건이 발생하는 방식은 인간의 사고에 순응적이고 익숙하다. 예를 들어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보면, 주인공 핍의 유년기부터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하고 있다. 이것이 전형적인 선형 서사이다. 독자는 그가 겪는 갈등과 변화,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인물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선형 구조는 또한 갈등의 긴장감 조절에도 유리하다.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절정에서 폭발하며, 마침내 해소되는 구조는 가장 일반적이 갈등 전개 방식이다. 그 효과 또한 매우 극적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들도 이러한 선형 구조를 따른다.  『햄릿』이나 『맥베스』에서 초반의 조용한 일상에서 시작해 점차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전개는 선형 구조를 따르면서도 극적인 갈등의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선형 서사에는 한계도 있다. 모든 이야기를 단순한 시간 순서로 배열하다 보면, 복잡한 감정이나 다층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독자가 끝가지 글을 읽게 만들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이 적고, 긴장감이 끝가지 유지되어야 한다. 현대 독자들은 예측 가능한 선형 구조에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선형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 역순행적 흐름을 가지고 있는 비선형적 서사구조를 사용한다.

비선형 서사의 다층적 매력: 기억, 감정, 혼란을 그리는 구조

비선형 서사는 시간의 순서를 뒤섞거나 반복함으로써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전통적 선형 서사와 달리, 원인과 결과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독자가 인물들의 감정, 주제, 기억의 흐름에 더 집중하게 한다.  시간의 객관적 흐름보다는 인물의 내면에서 경험되는 시간, 심리적 시간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시간이 역순행적으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기억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넘나 든다. 예를 들어 마들렌을 먹으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은 독자를 과거의 시간으로 돌려보낸다. 이처럼 비선형 구조는 등장인물의 기억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인간의 의식 흐름이 원래 시간 순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영미 문학에서도 비선형 서사는 폭넓게 활용된다. 비선형 서사는 이야기 전개가 일정하게 흐르는 사건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다층적으로 전개될  때 많이 사용한다. 시간의 순서가 아닌 사건 중심의 이야기 구성으로 그 사건에 집중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주인공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억압을 동시에 조명한다. 독자는 시간적 혼란 속에서도 인물의 본질적인 고통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비선형적 서가 구조가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구조가 너무 복잡할 대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명확한 단서 없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엉킬 때에는 본래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비선형 서사를 선택할 때는 작가의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전체적인 설계를 정교하게 짜고, 독자와의 암묵적 약속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비선형 서사는 감정과 정서 중심의 이야기 전개에 탁월한 방식이다. 전통적인 줄거리보다는 경험의 깊이, 인물의 내면, 그리고 주제의 반복과 확장을 통해 서사를 구축하고자 할 때 특히 유용하다. 현대문학에서는 다층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는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선형과 비선형의 경계 넘기: 혼합된 구조의 실험

오늘날의 문학에서는 선형과 비선형이라는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이 둘을 조화롭게 혼합한 서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두 구조가 혼합된 서사는 전통적인 서사의 장점을 유지한다는 장점을 취하면서도,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창조적 가능성을 지닌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를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연결되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역순으로 전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혼합된 구조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이 서사 기법은 선형과 비선형을 동시에 작동시켜 독자에게 ‘반복과 차이’라는 주제를 구조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대도, 인물도, 문체도 다르지만 그 속에 흐르는 본질적 연결 고리는 전체를 하나로 엮어주게 만든다. 국내 문학에서도 이러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선형적으로 보이는 이야기 속에 삽입된 과거 회상, 기억의 왜곡, 다중 시점을 통해 시간의 순서를 느슨하게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선형과 비선형 어느 하나의 구조에 국한하지 않고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시간’이라는 요소를 이야기의 구조로만 보기보다는, 독자가 이야기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도구로 활용하는 개념을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시각 매체에서도 이러한 혼합된 구조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드라마 『시그널』이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시간 구조를 해체하거나, 선형 속에 비선형적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플롯의 복잡성과 정서적 몰입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런 경우 이야기를 잠시라도 놓칠 수 없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런 서사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퍼즐을 스스로 맞추는 경험을 제공하며,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선형 서사는 이야기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골격이며, 비선형 서사는 감각과 의미의 층위를 더하는 살결이다. 문학 창작자는 이 두 가지 기법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주제와 스타일에 맞는 구조를 선택해야 한다. 이야기의 구조가 이야기가 지닌 특성과 유기적으로 잘 조화를 이룰 때 독자에게 효과 있게 주제를 전달할 수 있다. 즉 시간 구성은 문학에서 단순히 사건의 전개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정체성과 독자의 몰입을 결정짓는 핵심 도구다.